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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7 호 제품은 그대로, 경험을 바꾸다: 칸쵸의 마케팅과 캠페인

  • 작성일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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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38
오도연

  최근 여러 브랜드가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퍼스널라이제이션 (Personalization), 즉 개인화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이 가운데 지각된 개인화(Perceived Personalization)’는 소비자가 광고서비스추천 등 디지털 콘텐츠나 메시지가 자신에게 맞춤화된 것이라고 인식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칸쵸다칸쵸는 단순히 고객 맞춤형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소비자의 감정과 경험을 중심에 둔 참여형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내 이름을 찾아라라는 이색 캠페인은 챌린지 형태로 진화하면서 자발적인 SNS 확산 효과를 얻었고이를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다시 넓히는 데 성공했다제품을 바꾸지 않고도 개인화 데이터(이름·지역·생일 등)와 참여형 캠페인을 정교하게 결합해 소비자 행동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퍼스널라이제이션이란 


  퍼스널라이제이션은 기업들이 소비자 개인의 취향, 관심사, 구매 이력, 나이 등을 기반으로 특정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 정교하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업계의 종류와 상관없이 퍼스널라이제이션 구현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알고리즘이 사용자별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듯, 제품도 고객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야 지속적인 구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각된 개인화는 단순한 기능적 전략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고객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수 브랜드 칸쵸의 급부상

▲칸쵸 ‘내 이름을 찾아라’ 포스터(사진: https://www.instagram.com/p/DOQGpbLEhDn/?img_index=1)


  칸쵸는 출시 40년이 된 장수 브랜드다. 그러나 올해 ‘칸쵸 대란’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판매량이 급증했다. 과자 표면에 ‘최근 많이 사용된 신생아 이름 상위 500개’와 캐릭터 이름(카니·쵸니·쵸비·러비), 네잎클로버·사랑 고백 메시지 등을 새긴 특별 에디션을 선보이며 ‘내 이름을 찾아라’ 챌린지를 진행한 덕분이다. 캠페인은 2025년 9월 6일부터 11월 16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는 칸쵸에서 본인이나 가족, 친구, 연인의 이름을 찾은 뒤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당첨자에게는 아이패드, 에어팟 맥스, 호텔 식사권 등이 제공되었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이름을 새긴 신규 칸쵸 제품은 9월 25일 기준 1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주문 폭주로 경남 양산공장의 생산 라인은 주 2일에서 6일로 확대 가동됐다. 편의점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9월 9~22일 사이 GS25의 칸쵸 일평균 판매량은 전달 대비 425.2%, CU는 754.5%, 이마트24는 102% 증가했다. 신제품이나 리브랜딩 없이 마케팅 전략만으로 판매량을 견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칸쵸깡’, ‘억쵸’···신조어까지 탄생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핵심 요인은 풍성한 보상이 아니라, 이름을 찾는 재미였다. 내 이름이 새겨진 과자라는 특별한 경험은 소비자의 소유 욕구와 발견의 즐거움을 자극했고, 그 자체로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가 되었다. 원하는 이름이나 친구의 이름이 담긴 과자를 찾는 순간은 곧바로 인증샷으로 이어졌고, SNS에는 수많은 참여 후기와 사진이 쏟아졌다. 연예인, 유튜버, 인플루언서와 같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 칸쵸를 뜯는 ‘칸쵸깡’ 콘텐츠를 찍으면서 품절 사태까지 일어났다.


▲‘칸쵸깡’ 콘텐츠를 하고 있는 가수 아이유(사진: https://www.mk.co.kr/news/business/11425733)


  특히 케이팝 팬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이 새겨진 칸쵸를 찾고 인증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며, 이벤트 열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K팝 팬덤 특유의 ‘최애 이름 굿즈 수집’ 문화와 맞물리면서, 포토카드와 칸쵸 이름을 함께 촬영한 인증샷이 각종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원하는 이름이 쉽게 나오지 않자 소비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방식을 만들내기도 했다. 칸쵸를 부순 뒤 글자를 조합해 이름을 만들거나, 초코펜으로 직접 글씨를 새겨 넣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런 ‘인위적 이름 만들기’는 ‘억쵸’(‘억지로 만든 칸쵸’의 줄임말)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이벤트의 자발적 확산력을 한층 높이는 촉매가 됐다.


▲억쵸의 예시 (사진: https://x.com/Kimyshb/status/1968172742085398790 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968172742085398790%7Ctwgr%5E5dcdd0232fbc46d45e398cddc553886669a2c1b1%7Ctwcon%5Es1_&ref_url=https%3A%2F%2Fwww.careet.net%2F1743


퍼스널라이제이션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칸쵸 


  칸쵸의 ‘내 이름을 찾아라’ 캠페인은 ‘지각된 개인화(Perceived Personalization)’가 성공적으로 적용된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과자를 발견하는 순간 “이건 나를 위한 제품이야”라는 감정을 느끼며, 브랜드에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된다.


  칸쵸는 과거에도 과자 표면에 다양한 그림을 새겨 소비자의 해석과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특히 하트가 새겨진 칸쵸를 발견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은 제품 자체가 아닌 소비자의 해석과 경험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 효과였다. 


  이번 캠페인은 이러한 감성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전략이다. 무작위로 새겨진 상위 500개의 이름 리스트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비효율성이 소비자 열광을 이끌어냈다. 한 봉지에 담긴 이름의 수가 제한적일수록 ‘나의 이름’을 찾아내려는 몰입감은 커졌고, 희소성과 승부욕이 결합된 ‘놀이’가 탄생했다. 단순한 과자 구매가 아니라, 스토리를 찾고 만들고 공유하는 경험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해 사람들에게 소유의 즐거움을 제공한 것”이라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제품은 희소성이 있어 ‘지금 사지 않으면 다시 못 산다’는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자라는 소비재를 기억에 남는 경험재로 전환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참여형 캠페인이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이들은 제품력이나 브랜드 전략을 떠올리지만,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건 소비자다. 아무리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고 브랜드 콘셉트가 뚜렷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고 경험하는 주체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의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에서 벗어나 제품의 기획과 생산 단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참여형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와 제조사가 제시한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인 ‘모디슈머(Modisumer)’라는 신조어는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소비자의 영향력은 기업 전략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기업들은 막강한 소비자 파워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브랜드와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전략이 바로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이다.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은 캠페인이나 이벤트,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소통형 마케팅이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MZ세대는 브랜드와의 소통과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어, 기업이 이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이 마케팅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참여형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칸쵸 


  실제로 소비자들을 움직인 건 ‘보상’이 아니라 이름을 찾는 재미였다. ‘내 이름이 새겨진 과자’라는 특별한 경험은 소비자의 소유와 발견 욕구를 자극했고, 그 결과 SNS에는 수많은 인증샷과 참여 후기가 쏟아졌다. 특히 케이팝 팬덤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이 새겨진 칸쵸를 인증하는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며 확산력을 키웠다.


  이벤트는 특정 타깃을 정하지 않았음에도 팬덤,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한 관계망을 통해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치열한 신제품 경쟁이 이어지는 과자 시장에서, 칸쵸는 브랜드의 고유한 특성과 개인화 장치를 결합해 젊은 세대와의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수 브랜드라 하더라도 소비자 중심의 참여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브랜드의 존재감을 다시금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 입장에서는 ‘회사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줬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며 “칸쵸는 ‘내 이름이 새겨진 과자’라는 개인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강한 소유 욕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SNS에서 자연스럽게 인증 콘텐츠를 생산·확산한다는 점도 마케팅 설계가 탁월했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참여형 마케팅이 놀이와 소비의 경계를 허물며 유행을 만들었다”며 “MZ세대가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고 이를 SNS로 공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결합됐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미래소비자 경험이 결정한다 


  한때 ‘추억의 과자’였던 칸쵸는 퍼스널라이제이션과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MZ세대와 다시 연결되는 데 성공했다. 개인화 요소와 참여형 경험을 정교하게 결합함으로써,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사례는 장수 브랜드라 할지라도 소비자 중심 전략만 있다면 시장의 주목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앞으로의 상품 판매 전략은 소비자의 경험을 중시하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구조를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김지연 오도연 기자